뮤지컬 영화의 진수를 보여준 ‘라라랜드(La La Land)’는 단순히 영상이 예쁜 영화, 배우들이 연기를 잘한 영화로만 기억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기억하는 핵심 이유 중 하나는 바로 OST(오리지널 사운드트랙)입니다. 단순한 삽입곡이 아니라, 이야기의 흐름과 감정의 변화를 고스란히 음악에 담아낸 이 OST는 한 편의 감성 시나리오로 읽힐 정도입니다. 대표곡인 ‘City of Stars’를 비롯해, 피아노를 중심으로 구성된 테마곡들은 캐릭터들의 서사를 감정적으로 풀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본 글에서는 라라랜드 OST가 왜 그렇게 오랫동안 회자되는지, 어떻게 감정을 건드리는지를 음악 중심으로 분석합니다.
1. City of Stars: 라라랜드를 상징하는 감정의 주제곡
‘City of Stars’는 단순한 러브송이 아닙니다. 이 곡은 라라랜드 전체의 정서, 정체성, 메시지를 압축해서 표현한 음악입니다. 라이언 고슬링(세바스찬 역)이 낮은 톤으로 조용히 시작하는 이 노래는 꿈과 사랑, 현실과 타협 사이에서 방황하는 청춘의 속마음을 감성적으로 끌어냅니다.
영화 초중반에 처음 등장할 때는, 세바스찬이 혼자서 조용히 불러 관객을 영화 속 세계로 부드럽게 초대합니다. 그다음에는 미아(엠마 스톤 분)와의 듀엣으로 확장되어, 사랑이 피어나는 순간의 설렘과 함께 감정선이 고조됩니다. 마지막에는 다시 피아노 버전으로 등장하며, 결국 그 사랑이 현실에 의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조용히 암시합니다.
가사의 핵심 문구 중 하나인 “City of stars, are you shining just for me?”는 단순히 로맨틱한 감정을 표현하는 문장이 아닙니다. 도시에서 꿈을 좇는 이들이 마주하는 막막한 감정과 희망의 교차, 그 불확실한 감정을 함축합니다. 수많은 불빛 속에서, 나의 불빛은 과연 빛나고 있는가?라는 자기 존재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죠.
흥미롭게도 이 곡은 많은 버전으로 편곡되어 등장합니다. 피아노 독주, 재즈 밴드 반주, 보컬 듀엣, 심지어 배경음으로도 변주되며 등장하는데, 이는 라라랜드가 음악을 ‘정적인 삽입곡’이 아닌, 이야기의 흐름을 이끄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점 때문에 ‘City of Stars’는 단순히 좋은 노래 그 이상입니다. 사랑이 시작되고, 사랑이 변하고, 결국 끝나는 과정이 모두 이 노래 하나에 응축되어 있습니다. 라라랜드를 상징하는 아이콘이자, 청춘의 방황과 낭만을 함축한 테마곡으로 손꼽히는 이유입니다.
2. 피아노라는 악기: 감정과 서사를 이끄는 '침묵의 대사'
라라랜드에서 피아노는 단순한 악기가 아닙니다. 특히 주인공 세바스찬이 재즈 피아니스트로 등장한다는 설정 덕분에, 피아노는 곧 그의 감정, 정체성, 그리고 이야기의 언어로 기능합니다. 피아노가 등장하는 거의 모든 장면은 캐릭터의 감정선이 고조되거나 전환되는 중요한 순간이며, 특히 ‘Mia & Sebastian’s Theme’은 가장 강력한 서사 장치로 작용합니다.
이 테마곡은 세바스찬이 미아를 위해 작곡한 곡이자, 두 사람의 관계를 대표하는 음악입니다. 처음엔 레스토랑에서 짧은 멜로디로 등장하지만, 점차 영화 전반을 관통하며 감정의 타이밍에 따라 밝고 경쾌하거나, 슬프고 아련한 변주로 나타납니다.
재미있는 점은, 영화 속에서 이 음악이 대사보다 먼저 감정을 전한다는 것입니다. 미아와 세바스찬이 갈등을 겪고 있을 때, 대사 없이 피아노 멜로디만이 공간을 채우며 관객으로 하여금 감정을 직접 해석하도록 유도합니다. 이는 라라랜드의 연출 방식 중 가장 강력한 미학 중 하나로, 관객은 음악을 통해 인물의 감정에 자연스럽게 이입하게 됩니다.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상상 속 시퀀스에서도 피아노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장면에서 피아노 연주는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허물며, 관객이 “만약 그들이 다른 선택을 했다면?”이라는 질문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듭니다. 그 어떤 대사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죠.
즉, 라라랜드에서 피아노는 ‘음악적 배경’이 아니라, 하나의 캐릭터이자 내면의 목소리입니다. 사랑의 시작과 끝, 후회와 그리움, 그리고 예술가로서의 자기 정체성까지 피아노 선율 하나로 표현됩니다. 이런 이유로, 피아노는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 중 하나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3. 테마의 반복과 변주: 감정과 이야기의 동반 성장
라라랜드 OST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음악 테마의 반복과 변주입니다. 이 기법은 영화의 감정 흐름과 내러티브의 흐름이 일치하게 만드는 핵심 장치로 작용합니다. 같은 곡이라도 시간과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로 느껴지는 이유는, 음악이 캐릭터의 감정 변화를 그대로 따라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Mia & Sebastian’s Theme’은 초반부에선 발랄하고 설레는 분위기의 멜로디였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슬프고 느린 템포로 바뀝니다. 같은 멜로디임에도 전혀 다른 감정으로 느껴지는 것은, 관객이 두 인물의 감정 여정을 함께 따라왔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반복과 변주는 관객의 기억을 자극하는 동시에 감정의 공명효과를 일으킵니다. 이미 익숙해진 멜로디가 새롭게 변주되어 들릴 때, 그 장면은 더욱 인상 깊게 다가오고, 음악이 지닌 정서적 파장은 배가됩니다. 이 방식은 일종의 감정적 복선이기도 하며, 마지막 장면에서 극대화됩니다.
결말에서 미아와 세바스찬이 다시 마주치며 상상의 시퀀스가 펼쳐질 때, 영화는 거의 5분 이상 대사 없이 음악만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이때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테마곡들은 관객에게 “이들의 관계는 비록 끝났지만, 그 시간은 진실했다”는 메시지를 음악 그 자체로 전달합니다.
이처럼 라라랜드의 OST는 단순히 장면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야기의 구조와 감정의 리듬까지 설계하는 요소로 작동합니다. 이 점이 바로 일반 뮤지컬 영화와 라라랜드를 구분 짓는 차별점이며, OST가 영화보다 오래 회자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라라랜드는 음악을 통해 감정을 말하는 영화입니다. OST는 단순히 예쁜 곡이나 감미로운 멜로디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의 감정과 인물을 연결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냈습니다. ‘City of Stars’, ‘Mia & Sebastian’s Theme’ 등은 단순한 삽입곡이 아닌, 스토리와 감정 곡선 그 자체였으며, 영화를 구성하는 핵심 언어였습니다.
라라랜드의 음악은 시간을 초월해 여전히 사랑받고 있으며, 많은 이들이 영화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도 바로 이 OST입니다. 특히 감정이 쌓여가는 구조 속에서 반복과 변주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은, 음악이 단지 흘러가는 것이 아닌 기억되고 체험되는 것이라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그래서 ‘라라랜드’는 보는 영화이자, 듣는 영화, 그리고 감정으로 기억되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