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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우리 편 편향>리뷰_인지 오류의 정체

by good-add 2025. 4. 14.

『우리 편 편향』은 사람들이 진실보다는 소속감을 택하고, 논리보다는 감정에 의존하게 되는 심리적 메커니즘을 날카롭게 해부하는 책입니다. 이 책은 개인의 사고방식, 뇌의 작동 구조, 그리고 사회 전반의 구조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우리 편 편향'이 인간의 판단과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구체적인 실험과 사례를 통해 분석합니다. 특히 인지 오류라는 관점에서 보면, 우리 편 편향은 단순한 착각이 아니라 인간 본성 깊숙이 자리한 자동적 반응입니다. 이 리뷰에서는 우리 편 편향의 정체를 세 가지 차원—심리적, 뇌과학적, 사회문화적—으로 나누어 면밀히 분석해 보겠습니다.

 

우리 편 편향

1. 우리 편 편향은 본능에 가깝다

‘우리 편 편향(My-side bias)’은 단순히 ‘내가 속한 집단이 항상 옳다’는 감정적 믿음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뿌리 깊은 진화적 생존 전략의 일부로 작동합니다. 인간은 원시 시대부터 집단에 속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으며, 외부 집단은 늘 위협으로 간주되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 편’의 말을 믿고 따르는 것은 생존 확률을 높이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러한 본능은 현대에 들어서도 여전히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우리 편 편향』은 여러 실험을 통해 이 현상을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한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에게 똑같은 정치적 주장을 제시하면서 그 출처를 다르게 표시했습니다. 예를 들어, A 그룹은 "진보 정치인 발언"으로, B 그룹은 "보수 언론 인용"으로 제시했는데, 그 내용이 정확히 동일했음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은 자신이 속한 정치 성향과 맞는 출처의 주장에만 신뢰를 보였습니다. 이는 인간이 정보를 평가할 때 사실의 정확성보다 ‘누가 말했는가’를 더 중시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편향은 인지 부하를 줄이는 전략이기도 합니다. 세상에는 너무 많은 정보가 있고, 모든 것을 분석하고 검증하기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뇌는 인지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익숙한 것, 믿고 싶은 것’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과정을 심리학에서는 동기화된 추론(motivated reasoning)이라고 부릅니다. 즉, 우리는 믿고 싶은 것을 먼저 결정한 후, 그것에 유리한 근거를 찾아 붙이는 방식으로 사고합니다.

이처럼 우리 편 편향은 게으른 사고의 결과가 아니라, 오히려 뇌의 효율성과 생존 전략이 만들어낸 자동 반응입니다. 문제는 이런 본능이 오늘날 복잡한 정보 환경 속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방해하고, 진영 간 갈등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2. 뇌는 진실보다 소속감을 선호한다

『우리 편 편향』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는 뇌과학적 관점에서 이 편향을 설명하는 대목입니다. 인간의 뇌는 결정을 내릴 때 감정 중심의 시스템과 이성 중심의 시스템이 상호작용을 합니다. 특히, 도파민 보상 시스템은 우리가 ‘쾌감’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데, 이 시스템은 단지 물리적인 자극에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소속감이나 확신을 가질 때도 강하게 반응합니다.

실제로 fMRI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이 자신이 속한 진영과 일치하는 주장을 접할 때, 도파민이 분비되며 쾌감을 느낀다는 것이 입증되었습니다. 반대로, 자신의 믿음과 반대되는 정보를 접할 때는 뇌의 스트레스 반응과 유사한 신경 반응이 활성화됩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진실이 자신을 불편하게 만들 경우, 이를 회피하거나 외면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현상은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라는 개념으로도 설명됩니다. 사람은 자신이 믿고 있는 바와 실제 정보 사이에 불일치가 생기면 심리적으로 불편함을 느끼며, 이를 해소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때 가장 자주 택하는 방법은 정보를 왜곡하거나, 기억을 조작하거나, 출처를 의심하는 것입니다.

이런 작동 방식은 SNS와 뉴스 소비 패턴에도 그대로 반영됩니다. 많은 사람들은 자기가 이미 알고 있는 것과 일치하는 정보만을 클릭하고 공유하며, 반대되는 내용은 ‘가짜뉴스’라고 단정 지어 버립니다. 이는 정보의 진위와는 무관하게, 정체성과 소속감이 우선되는 뇌의 본성이 투영된 결과입니다.

이 책은 ‘인간은 진실을 원한다’는 가정을 근본부터 흔듭니다. 인간은 진실보다 자기 확신의 지속과 집단적 안정감을 우선하며, 그것이 바로 왜 ‘논리적 설명’만으로는 사람을 설득할 수 없는지를 뇌과학적으로 설명합니다.

3. 사회는 편향을 확장하는 구조를 만든다

우리 편 편향은 개인의 심리나 뇌의 구조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지점은, 현대 사회 시스템이 오히려 이 편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언론, 정치, SNS 플랫폼 등의 작동 방식은 의도치 않게—or 때로는 의도적으로—우리 편 편향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우선, SNS 알고리즘은 사용자 개인의 취향, 반응, 클릭 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의견만 접하게 되고, 반대되는 관점은 점점 사라지게 됩니다. 이는 여과 버블(filter bubble) 혹은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의 가속화로 이어지며, 개인은 자신의 믿음이 더욱 강화되었다고 착각하게 됩니다.

정치권 역시 이 편향을 전략적으로 이용합니다. 선거 캠페인, 정치 토론, 정책 홍보 등에서는 대중을 설득하기보다, 지지층을 자극하고 결집시키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우리 대 그들’의 이분법적 구조는 공감보다는 분노를 자극하고, 이는 편향을 더욱 공고히 만드는 결과를 낳습니다.

미디어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자극적이고 감정적인 콘텐츠일수록 클릭 수가 높기 때문에, 언론은 종종 사실보다 감정에 호소하는 편향된 보도를 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복잡한 사실은 단순화되고, 중립적 정보는 소외되며, ‘우리 편’의 주장만 반복되는 구조가 형성됩니다.

『우리 편 편향』은 이처럼 현대 사회 구조가 본래의 정보 전달 목적을 벗어나 편향 강화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개인의 인식 오류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인지적 위기라고 지적합니다.

결론: 편향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인식하라

『우리 편 편향』은 인간의 본성, 뇌의 작동 방식, 그리고 사회 시스템의 복합적 작용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쉽게 편향에 휘둘리는지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중요한 점은, 이 책이 편향을 ‘나쁜 것’이라 단정 짓는 대신, 그것이 불가피한 현상임을 인정하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제시한다는 데 있습니다.

편향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존재를 자각하고, 의도적으로 다른 관점을 접하며, 반대 의견에 귀 기울이는 훈련을 통해 인지적 균형 감각을 키울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그 시작점에 있는 독자들에게 ‘당신의 판단은 정말 당신의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진정한 성찰은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오늘날처럼 극단적 이념이 난무하는 시대에 꼭 필요한 태도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