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며 수없이 많은 감정을 경험합니다. 기쁨, 설렘, 감사 같은 긍정적인 감정뿐 아니라, 분노, 불안, 슬픔, 질투 같은 부정적인 감정 역시 매일의 삶에서 끊임없이 나타납니다. 『부러지지 않는 마음』은 이처럼 감정의 파도 속에서 나를 잃지 않는 법, 즉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견디는 힘’을 기르는 심리학적 원리를 안내합니다.
저자 김주환 교수는 국내 대표적인 회복탄력성 연구자입니다. 그는 이 책에서 감정을 무시하거나 억제하려는 현대인의 방식을 경계하며, 감정은 지워지지 않고 축적된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감정을 적으로 삼기보다 내면의 언어로 이해하고, 회복할 수 있는 능력으로 바꾸는 것이 진짜 감정 조절이라는 점을 독자에게 전달합니다.
1. 감정은 ‘없애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
많은 사람들은 감정을 통제하려고 애씁니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이 찾아올 때 우리는 "이 감정은 나쁜 것이야", "이렇게 느끼면 안 돼", "빨리 벗어나야 해"라고 스스로를 몰아세웁니다. 그러나 『부러지지 않는 마음』은 이 같은 접근이 오히려 감정을 더 키우고, 더 고착시키는 잘못된 방식이라고 말합니다.
감정은 ‘에너지’입니다. 억누르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 변형되어 더 강하게 되돌아옵니다. 이를 ‘감정의 역설(paradox of suppression)’이라고 부르며, 심리학에서는 오래전부터 증명된 현상입니다. 억제된 감정은 신체 질환이나 정서적 불안으로 전이되고, 결국 더 큰 정서 문제로 비화합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모욕을 당한 감정을 참고 눌렀다면, 그 감정은 이후 집에서 가족에게 터뜨리거나, 자신에게 향하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부러지지 않는 마음』은 감정을 억제하는 대신, 정확히 느끼고, 언어화하며, 안전하게 표현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감정을 '없애는 대상'이 아니라 ‘이해의 대상’으로 재정의할 때 비로소 자기 조절의 첫걸음이 시작된다고 강조합니다. 감정은 우리 마음이 보내는 메시지이며, 나를 지키기 위해 뇌가 보내는 경고음이기 때문입니다.
2. 회복탄력성이란 ‘감정을 견디는 힘’이다
감정은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결국 우리는 그것을 ‘견디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개념이 바로 회복탄력성(Resilience)입니다. 김주환 교수는 이를 단순한 멘털 강함이 아니라, “감정을 온전히 경험하고도 무너지지 않는 심리적 회복력”이라고 설명합니다.
회복탄력성은 단순히 낙천적인 사람의 특성이 아닙니다. 이는 외부 자극에 의해 손상된 마음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능력이며, 다음의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됩니다:
- 자기 조절력: 분노, 불안, 충동을 순간적으로 통제하고, 감정이 나를 지배하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 능력
- 대인관계력: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과 건강하게 연결되며, 필요한 지지와 피드백을 주고받는 정서적 소통 능력
- 긍정적 해석력: 같은 상황이라도 의미를 새롭게 바라보는 힘. 낙천주의와는 다르며, 유연한 인지적 전환 능력
이 책은 회복탄력성이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훈련 가능한 능력임을 강조합니다. 특히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해석하는 과정이 바로 회복탄력성의 시작이라고 말합니다.
3. 감정을 견디는 법: 감정과 거리 두고 마주하기
김주환 교수는 감정을 견디는 구체적인 훈련법들을 책 전반에 걸쳐 소개합니다. 핵심은 감정과의 적절한 거리 확보입니다. 감정을 억누르는 것도, 과잉 몰입하는 것도 아닌,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중간지대에서 감정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 감정 라벨링
하루의 감정을 ‘슬픔’, ‘짜증’, ‘불안’, ‘감사’ 등 정확한 단어로 명명하는 습관을 기릅니다. 뇌는 이름 붙여진 감정을 훨씬 빠르게 처리할 수 있으며, 감정 라벨링은 감정과의 건강한 거리 확보를 가능하게 합니다.
▷ 마음 챙김 명상
‘현재 이 순간’에 주의를 집중하고, 떠오르는 감정을 판단 없이 바라보는 훈련입니다. 감정을 억제하지도, 과몰입하지도 않고 ‘그저 바라보는’ 연습을 통해 감정 반응성이 줄어들고, 감정이 흘러가는 과정을 신뢰할 수 있게 됩니다.
▷ 회복일지 쓰기
감정이 극도로 힘들었던 순간과, 그것을 어떻게 견뎌냈는지에 대한 회고를 기록합니다. 이 과정은 자기 효능감을 높이고, 감정이 순환된 경험을 기억하게 하여 ‘나도 감정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기 확신을 심어줍니다.
4. 감정을 나누는 용기: 혼자 견디지 않아도 된다
감정을 견디는 힘은 개인의 내면에서 출발하지만, 건강한 타인과의 연결을 통해 더 강해집니다. 『부러지지 않는 마음』은 회복탄력성에서 ‘대인관계력’을 매우 중요한 요소로 다룹니다.
우리는 감정을 고립시키는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약함을 드러내면 손해 보는 것 같고, 감정을 말하면 부정적으로 여겨질까 두렵습니다. 하지만 회복의 조건은 연결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말할 수 있는 사람, 그 감정을 공감해 주는 관계 속에서 인간은 비로소 복원됩니다.
저자는 “감정을 혼자 감당하지 마라”라고 강조합니다. 감정은 공유될 때 통합되고, 회복된다. 실제로 심리학 연구에서도 감정을 표현하는 것만으로 스트레스 호르몬이 줄고, 심박수도 안정된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감정을 나눈다는 것은 단순한 토로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수치 없이 바라보는 용기이자, 회복의 출발점입니다.
결론: 감정은 함께 살아가야 할 ‘내면의 동반자’
『부러지지 않는 마음』은 우리에게 감정은 싸워서 이겨야 할 대상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감정은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이며, 인간으로서 존재한다는 가장 강력한 표현입니다.
중요한 것은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품고도 무너지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그것이 회복탄력성이며, 감정을 견디는 힘입니다.
우리는 이제 감정을 ‘관리’하려 하지 말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슬픔이 찾아왔을 때, 나약함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받아들이고, 불안이 다가왔을 때 피하지 않고 옆에 두고 걸을 수 있다면, 그 감정은 더 이상 나를 해치지 않습니다.
감정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견딜 수 있습니다. 『부러지지 않는 마음』은 그 믿음을 심어주는 심리학적 나침반이자, 삶을 견뎌내는 당신을 위한 회복의 언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