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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과학자와 현대 물리학자의 상상 대화 <조선이 만난 아인슈타인> 책 리뷰

by good-add 2025. 4. 1.

『조선이 만난 아인슈타인』은 과학자가 쓴 책이지만, 과학에 대한 이야기만 담겨 있지 않습니다. 이 책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의 본질을 고찰하는 철학적 통찰로 가득합니다. 이명현 천문학자는 조선의 대표 과학자인 장영실과 현대 물리학의 상징 아인슈타인을 '상상 속 대화'라는 설정 아래 만나게 합니다. 이 설정은 단순한 소설적 장치가 아니라, 과학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 묻게 만드는 생각 실험의 장입니다. 과학은 시대와 언어가 달라도 결국 인간의 ‘왜’라는 질문에서 시작되며, 그 연결 고리를 통해 우리는 과학을 인문학처럼, 철학처럼, 사람처럼 이해하게 됩니다.

 

조선이 만난 아인슈타인

1. 상상력이 만든 시간의 다리, 과거와 현재의 연결

『조선이 만난 아인슈타인』은 "과학은 질문에서 시작된다"는 진리를 시공간을 초월한 ‘대화’라는 형식을 통해 풀어냅니다. 저자 이명현은 장영실과 아인슈타인을 가상의 장소에서 마주 앉힙니다. 한 명은 조선의 하늘을 측정하고 혼천의를 만든 과학자, 다른 한 명은 시간과 공간을 상대화하며 우주의 법칙을 다시 쓴 물리학자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늘을 관찰하고, 우주의 질서를 이해하려 했다는 점’입니다.

이 상상의 대화 속에서 장영실은 아인슈타인에게 묻습니다. “시간이 휘어진다니요? 시간은 늘 같은 속도로 흘러야 하지 않습니까?” 아인슈타인은 미소 지으며 답합니다. “그건 당신의 혼천의로도 설명되지 않을까요? 우리가 바라보는 세계는 결국 관측자의 위치와 시점에 따라 달라지니까요.”

이 대화는 현실 속에선 불가능하지만, 책 속에서는 매우 자연스럽게 흐릅니다. 그리고 독자는 이들의 대화를 따라가며 ‘상대성이론’이라는 다소 난해한 개념도 은근히 이해하게 됩니다. 이처럼 이명현 작가는 독자의 인식 안에서 두 시대의 과학을 잇고, 어려운 이론을 문학적 언어로 풀어냅니다. 그 자체가 상상력과 과학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간입니다.

2. 우주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조선과 현대 과학의 교차점

조선시대 과학은 매우 실용적이었습니다. 달의 모양, 해의 위치, 별의 운행은 단지 자연 현상이 아니라, 국가 통치와 직결된 정보였습니다. 과학은 곧 권력이었고, 정확한 천문 관측은 백성들의 삶과 정치적 안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장영실은 그런 시대적 요구 속에서 관측과 기록의 과학자로 성장했습니다.

반면, 아인슈타인의 과학은 실용보다는 철학에 가까웠습니다. ‘왜 시간은 절대적이지 않은가’, ‘빛은 어떻게 모든 기준점을 초월하는가’라는 질문은 철저히 탐구와 사고의 결과였습니다. 즉, 조선은 하늘을 ‘지키기 위한 도구’로 삼았다면, 아인슈타인은 우주를 ‘이해하려는 존재’로 다가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두 시선은 다르기만 할까요? 이명현은 말합니다. “장영실과 아인슈타인은 결국 같은 질문을 하고 있었다.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고 싶었던 것이다.”

책은 ‘천상열차분야지도’를 소개하며, 조선이 당시 기술로 어떤 방식으로 하늘을 이해했는지 설명합니다. 이는 아인슈타인의 수식과 함께 놓였을 때, 전혀 다른 시대의 결과물이지만 동일한 인간의 탐구심이 만들어낸 예술적 결과로 보이기도 합니다. 즉, 과학은 언제나 시대의 언어로 표현되지만, 본질은 인간의 ‘궁금증’입니다.

이처럼 『조선이 만난 아인슈타인』은 조선의 실용 과학과 현대의 이론과학을 나란히 세우며, 그 교차점에서 과학의 보편성을 찾아냅니다.

3.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과학적 인문학

『조선이 만난 아인슈타인』이 단순한 과학 책이 아니라 특별한 이유는 바로 ‘인문학적 관점’에 있습니다. 저자 이명현은 물리학자지만, 동시에 인문학자처럼 쓰고, 철학자처럼 생각합니다. 그는 과학을 기술이나 이론의 집합이 아닌, ‘인간의 사유와 상상’의 결과물로 봅니다. 책을 읽다 보면 과학이란 곧 인간에 대한 탐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수학적 공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시간은 절대적이지 않다’는 철학적 선언이기도 합니다. 장영실의 혼천의는 단순한 측정 기계가 아니라, ‘조선이 하늘과 얼마나 가까워지고 싶었는가’에 대한 상징이기도 하죠. 이처럼 과학은 철저히 인간의 감성과 욕망에 의해 만들어진 산물입니다.

이명현은 말합니다. “과학이 객관적일 수는 있어도, 과학자는 언제나 주관적인 존재다.” 그리고 우리는 그 주관성을 통해 과학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책이 지금 중요한 이유는, 현대 사회가 너무 많은 정보를 너무 빠르게 소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튜브, 짧은 뉴스, 알고리즘에 의존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깊게 질문하는 힘’을 점점 잃고 있습니다. 『조선이 만난 아인슈타인』은 바로 그 질문하는 힘을 되찾게 해주는 책입니다.

왜 시간은 직선이 아닐까? 왜 별은 사라져도 빛은 남아 있을까? 왜 우리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존재를 묻는 걸까?

이 모든 질문은 과학이 아니라 인간을 향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길을, 장영실과 아인슈타인의 상상 속 대화를 통해 보여줍니다.

 

4. 시대를 초월한 상상력

『조선이 만난 아인슈타인』은 시대를 초월한 상상력으로 과학과 인문학을 엮은 독보적인 교양서입니다. 장영실과 아인슈타인의 대화를 통해 우리는 과학을 어렵고 멀게 느끼기보다, 사람의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과학을 몰라도 괜찮습니다. 이 책은 지식을 전달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저 질문을 던지고, 함께 상상하자고 말합니다.

우리가 진짜 배워야 할 것은 정보가 아니라 사유의 힘이며, 그 시작점은 ‘왜?’라는 아주 작은 질문입니다. 지금, 그 질문을 시작할 책이 여기 있습니다. 조선과 현대의 시간 사이에서 펼쳐지는 이 놀라운 지성의 대화를, 여러분도 함께 들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