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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행동을 수학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우리를 방정식에 넣는다면> 책 리뷰

by good-add 2025. 4. 2.

『우리를 방정식에 넣는다면(원제: The Mathematics of Life and Death)』은 수학이라는 도구를 통해 인간의 감정, 행동, 사회 현상을 탐구하는 교양 과학서입니다. 저자인 스티븐 스트로가츠(Steven Strogatz)는 응용수학자이자 커뮤니케이터로서,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인간적인 상황들—사랑, 우정, 유행, 선택, 관계 등—을 수학 모델로 설명하고, 그 속에 숨어 있는 패턴을 드러냅니다. 이 책은 수학이 방정식과 숫자에만 머물지 않고, 인간 자체를 탐구하는 렌즈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지적 여정입니다.

 

우리를 방정식에 넣는다면

수학은 감정을 계산할 수 있을까?

보통 우리는 수학과 감정을 정반대의 위치에 놓습니다. 수학은 차갑고 논리적인 반면, 감정은 뜨겁고 비합리적이라 생각하죠. 그러나 스티븐 스트로가츠는 이 책에서 수학이야말로 감정을 이해하는 데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인간관계를 수식으로 모델링하는 과정을 통해, 복잡하고 추상적인 감정조차 일정한 패턴을 따라 움직인다고 봅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사랑의 미분 방정식’입니다. 그는 두 연인의 감정 상태를 각각 하나의 함수로 놓고, 이들이 서로에게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계량화합니다. 한쪽의 반응이 다른 쪽의 감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감정이 일정한 규칙성을 가진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물론 이 모델은 사랑을 단순화한 것이고, 완벽한 예측 도구는 아닙니다. 하지만 감정이라는 흐름 속에도 논리와 구조가 존재한다는 점을 인식하게 됩니다.

또한 저자는 감정의 변화가 시간의 흐름, 상호작용의 빈도, 초기 조건 등에 따라 다르게 전개된다는 사실을 통해, 감정조차 예측 가능한 방향성을 가질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예를 들어, 양쪽 모두 강한 애정을 갖고 시작한 관계는 안정화되기 쉬운 반면, 감정의 밀도가 불균형할 경우 오히려 격렬한 변화와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은 마치 물리학에서 두 물체의 중력작용을 계산하듯, 인간 사이의 감정작용 역시 예측 가능한 구조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결국 이 장은 수학이 인간의 감정을 숫자로 환원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그 이면의 패턴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수학은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왜 그렇게 흐르는지를 설명해 주는 도구로 기능합니다.

네트워크 속 인간 행동의 수학적 패턴

감정에 이어, 스트로가츠는 인간 행동이 군집을 이뤄 나타나는 ‘사회적 네트워크’로 시선을 확장합니다. 그는 인간 사회가 무작위로 구성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규칙적인 연결 구조를 갖고 있으며, 이 구조가 집단적 행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핵심이 되는 개념은 ‘스몰월드 네트워크(small-world network)’입니다.

스몰월드 네트워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몇 단계를 거치면 서로 연결될 수 있다는 개념으로, '세상은 좁다'는 말의 과학적 기반이기도 합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SNS 구조를 수학적으로 분석하면, 평균 4~6단계 만에 전 세계 거의 모든 사람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이는 정보나 유행, 감정이 퍼지는 속도가 얼마나 빠르고 넓은 지를 설명해 줍니다.

예를 들어, 가짜 뉴스나 바이러스가 퍼지는 속도는 이 네트워크 구조에 따라 결정됩니다. 특정 노드(개인 혹은 집단)가 얼마나 많은 연결고리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전체 사회의 리스크가 결정되기도 합니다. 스트로가츠는 이런 연결 구조가 단순히 이론적인 것이 아니라, 실제 사회 정책, 방역, 마케팅, 심지어 정치 전략에까지 적용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또한 저자는 네트워크 이론을 통해 인간의 협력과 경쟁, 신뢰 형성 과정도 분석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게임이론과 결합된 수학적 모델은 왜 사람들은 때때로 비합리적인 결정을 하며, 언제 집단 전체가 협력 혹은 배신의 방향으로 기울게 되는지를 예측하게 합니다. 이 장을 읽다 보면, 인간 사회가 결코 무질서하거나 우연의 연속이 아니라, 놀라울 만큼 수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시스템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됩니다.

수학적 사고는 인간을 얼마나 설명할 수 있는가?

이 책의 가장 본질적인 질문은 ‘수학이 인간을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는가’입니다.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해 단순히 ‘할 수 있다’ 혹은 ‘없다’고 단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수학이 인간을 완벽히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유의미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수학은 감정, 관계, 선택, 군중 행동 등 인간의 모든 현상을 설명하려는 시도를 해왔지만, 그 과정에서 중요한 한계를 마주합니다. 인간은 감정적이고, 역사적이고,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완벽히 계량화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행동 속에는 분명한 패턴이 존재하며, 그 패턴을 인식하고 예측하는 데 있어 수학적 모델은 매우 유용한 수단이 됩니다.

예를 들어, 스트로가츠는 인간의 의사결정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최적화 이론과 게임 이론을 활용합니다. 사람들은 제한된 정보와 시간 안에서 결정을 내리며, 그 결과는 특정 확률 모델을 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모델은 경제학이나 행동과학, 마케팅 전략 등에서 실제로 활용되며, 인간의 예측 불가능한 면모를 ‘통계적 경향성’으로 이해하게 합니다.

또한 저자는 수학이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유일한 도구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정교하고 일관된 사고 체계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수학은 인간의 복잡성을 ‘완벽히 해석’하기보다, ‘의미 있게 가까이 다가가는’ 방법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론: 요약 및 Call to Action

『우리를 방정식에 넣는다면』은 수학이 인간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인간적인 문제를 해석하는 데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감정, 관계, 사회적 연결, 선택—all 인간의 본질적인 활동들을 수학적으로 바라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귀중한 안내서입니다. 이 책은 수학을 통해 인간을 설명하려는 시도이자, 수학이 인간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지금, 방정식 속에서 우리를 발견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