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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책을 읽는가>리뷰_독서의 철학적 가치

by good-add 2025. 4. 23.

『왜 책을 읽는가』는 단지 독서를 장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서 행위 자체에 내재된 철학적 의미를 성찰하게 하는 책입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정보를 축적하거나 교양을 쌓기 위한 행위가 아닙니다. 책은 인간 존재의 근본을 묻는 질문이며, 자신을 탐구하는 여정입니다. 이 책은 독서를 통해 사고의 틀을 넓히고, 타인의 삶과 생각을 경험하며, 결국 더 깊이 있는 삶을 살도록 이끕니다.

 

왜 책을 읽는가

1. 독서는 자기 인식을 위한 철학적 실천이다

고대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는 말로 철학의 본질을 요약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신을 안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경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왜 책을 읽는가』는 바로 그 자기 인식의 도구로서 ‘독서’를 제시합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곧 다른 사람의 시선과 사고를 빌려 나를 비추어보는 과정입니다.

철학자 미셸 푸코는 ‘자아 기술’이라는 개념을 통해,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을 구성하고 해석하는 존재라고 말했습니다. 그 해석의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독서입니다. 책은 타인의 경험과 언어, 감정과 통찰을 빌려와 ‘지금의 나’를 새롭게 바라보게 합니다. 이 과정은 단순히 타인을 이해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나의 존재를 새롭게 구성하는 데까지 나아갑니다.

『왜 책을 읽는가』는 책을 읽는 행위 자체가 “사유의 습관”을 만들어준다고 말합니다. 이 사유는 단순한 비판이나 분석을 넘어서, 존재론적 질문을 가능하게 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위해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은 철학의 시작점이자, 인간으로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사유의 토대입니다. 이런 질문은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독서를 통해 형성되는 ‘생각의 근육’에서 비롯됩니다.

2. 고전 독서는 시대를 넘어 존재와 마주하는 일

우리가 고전을 읽는 이유는 단지 그것이 오래된 책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고전이란 시대를 뛰어넘어 여전히 우리에게 말을 걸 수 있는 책을 말합니다. 『왜 책을 읽는가』는 고전 독서를 단순한 지식 습득이 아닌,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으로 연결시킵니다.

플라톤의 『향연』에서 사랑은 무엇인가에 대한 대화를 읽을 때, 우리는 철학자들의 고뇌 속에서 오늘의 연애와 인간관계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읽으며 죄책감과 도덕, 인간 내면의 갈등을 관찰하게 됩니다. 이처럼 고전은 단순한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의 문제를 반추하게 만드는 ‘거울’입니다.

또한,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인류의 사유 역사에 참여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셰익스피어가 말한 “세상은 무대이고, 인간은 배우다”라는 인식은 지금의 미디어 시대에도 유효합니다. 우리는 고전을 통해 인간이 반복해서 고민해 온 가치, 윤리, 감정의 흐름을 읽고, 그것을 현재의 맥락에서 다시 사유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점에서 고전 독서는 지루하고 어려운 텍스트가 아닌, ‘삶의 깊이를 더하는 대화’입니다. 『왜 책을 읽는가』는 고전의 가치를 되새기며, 책을 통해 나 자신을 확장해 가는 여정을 조용히 독자에게 권유합니다.

3. 독서는 타자를 이해하는 윤리적 행위다

오늘날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정보 속에 살아가고 있지만, 동시에 타인에 대한 이해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SNS 속 빠른 대화, 알고리즘이 선별한 뉴스 속에서 우리는 익숙한 생각만을 반복하며, 타자의 감정에 쉽게 공감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왜 책을 읽는가』는 이 시대에 독서가 갖는 윤리적 가치를 강조합니다. 책은 타인의 삶을 섬세하게 들여다보게 하며,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삶의 층위를 체험하게 합니다. 소설은 타인의 고통을, 자서전은 타인의 상처와 극복을, 인문학은 타자의 가치관과 사유 체계를 이해하게 해 줍니다.

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은 ‘소설 읽기’를 인간의 도덕 감각을 확장하는 행위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문학작품을 많이 읽은 사람일수록 타인의 감정에 더 잘 공감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이는 책이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삶을 살아보는 간접 체험’이 되기 때문입니다.

『왜 책을 읽는가』는 책을 읽는다는 것이 윤리적 훈련이 될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특히 타자의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은 단지 인간 개인의 교양을 넘어, 민주주의 사회의 성숙도와도 연결됩니다. 독서는 결국 ‘다른 사람도 나처럼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존재임’을 인정하는 훈련입니다.

4. 속도의 시대, 느림의 힘: 책을 읽는다는 것의 의미

디지털 시대는 속도의 시대입니다. 짧은 영상, 빠른 뉴스, 간단한 요약이 모든 것을 지배합니다. 하지만 깊이 있는 사유, 진짜 변화는 느림에서 비롯됩니다. 『왜 책을 읽는가』는 바로 이 지점에서 독서의 가치를 재발견합니다.

책은 우리가 멈추게 만듭니다. 한 문장을 음미하고, 한 단락을 반복해서 읽고, 작가의 사고를 따라가는 동안 우리는 ‘생각하는 시간’을 경험합니다. 이 느림의 경험은 마음을 정돈하고, 사고를 단단하게 만들며, 삶의 방향을 스스로 설정하게 도와줍니다.

특히, 책은 조용한 공간을 요구합니다. 이 고요함은 현대 사회에서 가장 부족한 요소입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외부의 자극을 차단하고 내면과 연결되는 시간이며, 이 시간은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묻는 시간입니다.

속도의 시대일수록 우리는 느림의 가치를 복원해야 합니다. 독서는 그 느림의 대표적인 실천이자, 인간적인 시간을 회복하는 가장 유효한 방식입니다.

결론: 왜 우리는 여전히 책을 읽는가?

『왜 책을 읽는가』는 독서를 단순한 취미나 자기 계발의 수단으로 소비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인간으로 산다는 것의 근본 조건’으로 제시합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타인을 이해하고, 나를 성찰하고, 시대를 건너뛰어 지혜와 마주하는 시간입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묻습니다. "당신은 왜 책을 읽는가?"

그 질문의 대답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하나는 분명합니다. 우리는 책을 통해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 더 깊이 있는 삶을 살기 위해, 그리고 잊지 않기 위해 읽습니다. 인간다움을. 공감과 사유, 그리고 삶의 온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