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의 『예술이란 무엇인가』는 단순한 예술 감상에서 벗어나, 예술의 본질과 사회적 역할에 대해 심도 있게 고찰한 철학적 명저입니다. 이 책은 기존의 미학 이론과 예술 중심주의적 시각에 강하게 도전하며, 예술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단순히 미를 추구하는 예술이 아닌, 인간의 내면과 윤리적 가치를 중심으로 재정의된 예술관을 제시하면서, 톨스토이는 예술을 통해 인간이 더 나아질 수 있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드러냅니다. 이 글에서는 톨스토이의 예술 정의를 중심으로 그의 핵심 사상을 정리하고, 책의 내용 전반을 깊이 있게 분석하며, 현대적 관점에서 이 고전을 어떻게 재해석할 수 있을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예술정의: 톨스토이가 말하는 예술의 본질
톨스토이는 예술을 단순한 시각적 아름다움이나 기교의 집합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그에게 있어 예술은 인간의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키는 ‘감정 감염의 행위’였습니다. 그는 진정한 예술이란 예술가가 실제로 느낀 감정을 관객이나 독자가 동일하게 느끼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예술의 핵심은 ‘진정성’이며, 그 감정이 진실하고 순수할수록 그 예술은 더욱 고귀한 가치를 갖게 됩니다.
특히 그는 ‘아름다움’을 기준으로 예술을 판단하는 기존 미학을 강하게 비판합니다. 아름다움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상대적이며, 외형적 아름다움이 반드시 진정한 예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그는 예술이 인간의 윤리적 발전에 기여해야 하며, 선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때문에 그는 사회 엘리트들이 소비하는 고급예술이나 장식적인 예술을 ‘가짜 예술’이라 일컫습니다. 그것은 감정을 나누지 못하고, 오히려 대중과 단절된 자기만족의 수단이라는 것이죠.
이러한 사상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질문을 던집니다. 현재 우리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지만, 과연 그중 얼마나 많은 작품이 감정을 진정으로 나누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입니다. 톨스토이는 예술을 도구가 아니라 목적, 즉 인간을 연결하고 더 나은 삶으로 이끄는 ‘도덕적 수단’으로 본 것이며, 이는 예술가가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예술의 가치가 달라진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예술을 통해 진실한 감정을 나누고,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공동체를 연결하는 행위가 되어야 한다는 그의 시각은 오늘날 문화예술계에서 다시금 돌아볼 가치가 있는 통찰입니다. 특히 감정이 무기화되고, 예술이 오락 이상의 가치를 찾기 어려운 현대 사회에서, 그의 철학은 여전히 유효하고 깊은 울림을 줍니다.
책리뷰: 『예술이란 무엇인가』의 내용 정리와 특징
『예술이란 무엇인가』는 1897년경에 집필된 톨스토이 후기 사상의 결정판으로, 그는 이 책에서 예술과 종교, 도덕, 사회적 책임이라는 개념을 통합적으로 사유합니다. 책의 구조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으며, 첫 번째는 기존 예술 개념에 대한 비판, 두 번째는 예술의 정의와 예시, 세 번째는 진정한 예술의 조건과 사회적 기능에 대한 고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책의 초반부에서는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의 예술 이론들을 검토하며, 특히 칸트와 헤겔의 미학을 강하게 비판합니다. 그는 이러한 철학적 미학이 예술을 너무 추상화시켰으며, 실제 예술 작품이 수행해야 할 감정 전달 기능을 무시하고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헤겔은 예술을 ‘이념의 감각적 구현’이라고 보았지만, 톨스토이는 이러한 개념이 예술을 철학의 하위 개념으로 축소시킨다고 반박합니다.
중반부에서는 예술의 감염력 개념이 중심 주제로 부상합니다. 그는 사람들이 서로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구성된 이야기, 노래, 그림, 춤 등이 예술이 될 수 있으며, 이 감염력의 정도가 예술의 진정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이 부분에서 그는 아이의 순수한 노래, 민중의 민요 등 소위 '저급'하다고 여겨지는 표현조차도 진정한 감정을 담고 있다면 고귀한 예술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후반부에서는 예술이 종교적 기능까지 수행할 수 있어야 하며, 이는 단순히 종교적인 메시지를 담는 것을 넘어서 인간의 정신적, 윤리적 삶을 풍요롭게 하는 역할을 말합니다. 그는 특히 예술이 인간 내면의 선한 본성을 일깨우는 수단이 되어야 하며, 이것이 예술이 사회에 존재해야 하는 진정한 이유라고 강조합니다.
전반적으로 이 책은 철학서와 예술비평서, 윤리적 선언문을 아우르는 복합적인 구조를 지니며, 단순히 예술을 감상하는 관점에서가 아니라 창작자와 수용자의 윤리적 태도를 동시에 문제 삼습니다.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뿐 아니라, 예술을 통해 사회적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꼭 필요한 책입니다.
요약: 핵심사상과 현대적 해석
『예술이란 무엇인가』의 핵심은 톨스토이가 정의한 예술의 세 가지 조건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예술은 진정한 감정에서 비롯되어야 하며, 둘째, 그 감정을 타인에게 감염시킬 수 있어야 하며, 셋째, 그 감정은 도덕적으로 유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예술을 ‘가짜 예술’이라 부르며, 이는 단순히 기술적이거나 상업적인 예술이 지닌 한계를 지적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이 개념은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요? 현재 우리는 SNS, 유튜브,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예술을 접하고 생산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수많은 창작물 중 진정한 감정을 기반으로 한 작품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또한, 상업적 성공을 위해 감정을 조작하거나 자극적인 소재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톨스토이의 기준으로 본다면, 오늘날 대부분의 콘텐츠는 예술이라기보다 소비를 위한 기획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감동받는 콘텐츠는 톨스토이가 말한 ‘감정 감염’의 효과를 그대로 반영합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의 경험이 전 세계 수백만 명에게 울림을 주고, 그것이 나비효과처럼 선한 행동을 확산시키는 사례는 바로 예술의 본질을 실현하는 장면일 것입니다. 따라서 톨스토이의 철학은 19세기 러시아의 이야기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콘텐츠를 만들고 소비하는 방식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예술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그의 주장은 예술교육, 예술후원, 공공예술 정책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예산과 시설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서, 예술이 사회 전체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에서, 그의 철학은 여전히 강력한 나침반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예술이란 무엇인가』는 단순한 예술론을 넘어선 인문철학서입니다. 예술의 의미를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톨스토이의 메시지는 도전적이면서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현대 예술의 본질과 방향성을 고민하는 지금, 이 책은 여전히 유효한 고전입니다. 예술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독자라면 반드시 한 번쯤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