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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턴>속 리더십과 조직 문화 /벤/줄스/세대 간 이해와 공존

by good-add 2025. 8. 23.

2015년 개봉한 영화 인턴(The Intern)은 단순히 직장생활을 유쾌하게 그려낸 코미디 영화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리더십, 세대 간 갈등, 조직문화 변화라는 무게 있는 주제가 녹아 있다. 특히 전통적인 가치관을 지닌 노년층 벤과 스타트업 CEO 줄스가 각자의 위치에서 조직 내에서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하는지를 통해, 우리는 현대 조직이 직면한 리더십의 패러다임 변화와 세대 간 소통의 필요성을 명확히 느낄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영화 속 두 주인공의 리더십 유형을 비교하고, 그들이 속한 조직문화 속에서 어떤 갈등과 조화가 발생하는지를 상세히 분석한다. 이를 통해 리더십의 본질과 조직문화가 구성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색해보고자 한다.

 

인턴

1. 벤의 리더십 스타일: 나이와 직책을 초월한 영향력

벤 휘태커는 70세의 은퇴자이다. 그는 배우자의 사망 이후 인생의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다시 일을 시작하려고 결심하고, 젊은이들이 운영하는 스타트업 기업에 '고령자 인턴 프로그램'을 통해 입사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이 연령대의 사람은 조직에 적응하기 어렵고, 빠르게 돌아가는 디지털 중심의 업무환경에서는 주변인의 역할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벤은 철저히 다르다. 그는 나이와 직급, 경험에 기대어 리더십을 행사하지 않고, 관찰과 경청, 배려와 침착함을 통해 자신만의 리더십을 보여준다.

벤의 리더십은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의 전형적인 예다. 그는 조직에서 권력을 휘두르기보다는, 누군가를 돕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키워나간다. 가령, 사소해 보이는 프린터 수리, 정리되지 않은 책상을 대신 정리해 주는 행동, 동료의 고민을 들어주는 태도 등은 단순한 친절이 아니다. 그는 일관된 태도로 팀원들에게 '당신의 존재가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말없이 존경을 얻는다. 실제로 영화 초반에는 젊은 직원들이 벤을 거리 두기 하거나, '그냥 나이 든 인턴'으로 바라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에게 조언을 구하고, 심지어 개인적인 고민까지 털어놓을 정도로 벤은 조직 내 '심리적 안전기지'로 자리매김한다.

벤은 또한 업무에 있어서 '성과'보다 '사람'을 중심에 두는 리더다. 이는 현대 리더십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요소로, 구성원의 감정 상태, 사생활, 인간관계를 고려하는 따뜻한 조직문화 형성에 기여한다. 한 예로, 젊은 동료가 실수로 고객정보를 잘못 업로드해 위기에 처한 장면에서, 벤은 비난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며 신뢰를 보여준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과거의 방식만 고수하거나 강요하지 않고, 새로 배워야 할 것은 배운다는 태도 역시 벤의 리더십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무엇보다 벤은 줄스와의 관계 속에서 가장 중요한 조력자 역할을 한다. 그는 줄스에게 직접적인 조언을 하기보다, 주변에서 말없이 행동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벤은 줄스가 리더로서 겪는 감정적인 고립, 압박, 혼란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채고, 그녀가 스스로 선택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믿고 기다린다. 이는 일방적인 충고나 간섭이 아닌, '존중에 기반한 조언자형 리더십'으로, 진정성 있는 리더십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2. 줄스의 리더십: 창업가의 고뇌와 성장을 담다

줄스 오스틴은 스타트업 CEO이자, 열정 넘치는 리더다. 패션 분야의 온라인 쇼핑몰을 단기간에 빠르게 성장시킨 인물로, 조직 전반의 흐름을 파악하고 실무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모습은 이상적인 창업가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영화 속 줄스는 리더로서 명확한 강점과 동시에 약점을 함께 지닌 복합적인 인물이다. 그녀는 일에 대한 열정이 높고, 조직을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스스로 모든 결정을 내리고 팀원들에게 업무를 완전히 위임하지 못하는 특징을 보인다.

줄스의 리더십은 초기 스타트업이 흔히 겪는 문제들을 그대로 반영한다. 대표 혼자서 고객 불만 대응부터 채용, 전략 수립, 투자자 미팅까지 모든 일을 떠맡는 형태는 빠른 성장에 일조할 수 있지만, 리더의 소진(burnout)을 불러오며 장기적인 조직 운영에는 위험요소가 된다. 실제로 영화 중반, 줄스는 투자자로부터 "전문 CEO를 영입하라"는 제안을 받게 되고, 이 과정에서 줄스는 깊은 혼란과 감정적 동요를 겪는다. 이는 그녀가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매우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줄스의 리더십 유형은 '카리스마형 리더십(charismatic leadership)'과 '통제형 리더십(controlling leadership)'의 혼합 형태다. 조직 내에 강한 에너지를 불어넣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능력은 탁월하지만, 이 과정에서 구성원의 자율성과 신뢰를 충분히 발휘할 기회를 주지 못하는 부분은 단점으로 작용한다. 벤이 줄스에게 가볍게 충고하는 장면에서 "모든 걸 스스로 하려 하지 마세요"라는 대사는 그녀가 반드시 받아들여야 할 리더십 과제이다.

그러나 줄스는 성장하는 리더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녀는 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리더십의 본질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되고, 조직원들과의 소통 방식도 달라진다. 과거에는 메신저로 지시를 내리고, 세세한 사항까지 통제하려고 했다면, 후반부에는 신뢰를 바탕으로 팀원에게 권한을 이양하고, 스스로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모습으로 변화한다. 특히, 가정 내 갈등(남편의 외도 문제)까지 겹쳐 감정적으로 무너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그녀는 벤의 조언을 통해 자기 회복력을 되찾으며, 인간적으로도 리더로서도 성숙해진다.

줄스의 변화는 현대 조직에서 '완벽한 리더'보다 '성장하는 리더'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단순히 능력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실수를 인정하고, 변화에 유연하게 반응하며, 구성원과 함께 성장하는 자세가 리더에게 요구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한다. 줄스의 리더십 여정은 여성 CEO, 창업가, 또는 리더가 되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귀중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3. 조직문화의 진화: 세대 간 이해와 공존의 메시지

영화 인턴의 가장 큰 미덕 중 하나는 단순한 '세대차'나 '꼰대 vs MZ세대'의 대립 구도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함으로써 공존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다. 영화 초반만 해도 젊은 직원들은 벤의 존재를 불편해하고, 벤 역시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 낯설어한다. 그러나 이들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과정을 통해 하나의 팀으로 어우러지는 장면은 단순한 드라마를 넘어 조직 심리학적으로도 매우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우선, 벤이 보여주는 행동은 '세대 간 차이'를 극복하는 중요한 열쇠다. 그는 자신의 방식만 고집하지 않고, 젊은 세대의 문화를 배우려는 열린 태도를 가진다. 예를 들어, 그는 이메일 대신 손 편지를 쓰고, 얼굴을 마주한 소통을 중시하지만, 이를 강요하지 않는다. 반면 젊은 직원들은 점차 벤의 인간적인 소통 방식에 호감을 느끼고, 오히려 그 방식에서 더 깊은 관계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 이는 조직 내에서 다양한 세대가 공존할 때, 변화에 대한 '개방성과 존중'이 핵심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영화는 스타트업이라는 특정 조직 형태를 통해 '수평적인 문화'와 '자율성'이 어떻게 구성원의 창의성을 이끌어내는지 보여준다. 줄스가 모든 결정에 개입하던 시기에는 직원들의 자율성이 다소 억제되었지만, 리더십 스타일이 변화하면서 조직 분위기 역시 유연해진다. 벤의 존재는 이 과정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조력자로 작용하며, 구성원들이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의견을 내는 문화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결과적으로 영화는 현대 조직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 중 하나인 세대 간 갈등의 해소와 다양성의 포용을 감성적이면서도 실질적으로 제시한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구성원이 모인 조직일수록, 리더는 일방적인 지시보다 관계 중심의 리더십이 필요하며, 조직문화는 '효율'보다 '신뢰'를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세대를 초월해 모든 구성원이 '나의 존재가 인정받는다'라고 느낄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영화 인턴은 이를 유쾌하고 따뜻한 방식으로 그려내며, 현실 속 조직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진다.

인턴은 단순한 힐링 영화가 아니다. 리더십과 조직문화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섬세하게 다루며, 리더와 구성원 모두에게 성장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벤은 서번트 리더십의 상징으로, 줄스는 변화하고 진화하는 리더의 전형으로 묘사된다. 그들이 함께 만들어낸 조직은 세대를 초월해 소통과 존중, 배려로 연결된 건강한 문화의 이상적인 모델이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는 리더십은 명함이 아닌 태도이며, 조직문화는 제도가 아닌 사람들의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본질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