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는 한국 범죄 액션 영화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작품입니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사실감 넘치는 설정, 묵직한 액션으로 대표되는 마동석의 형사 캐릭터, 그리고 흡입력 있는 전개는 관객에게 통쾌한 사이다 같은 쾌감을 선사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범죄도시 1'의 성공 요소를 ‘사이다 액션’, ‘현실감’, ‘스토리 전개’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심층적으로 분석합니다.
1. 사이다 액션, 마동석 스타일의 정점
범죄도시 1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바로 ‘마동석 액션’이라 불리는 독보적인 스타일의 격투 장면입니다. 기존 한국 액션 영화들이 와이어 액션이나 총기 중심의 스펙터클한 연출에 의존했다면, 이 영화는 맨주먹을 앞세운 리얼 격투로 승부를 봅니다. 마동석이 연기한 ‘마석도’ 형사는 검거보다는 제압을, 설득보다는 실전에 가까운 진압을 택하는 형사입니다. 그가 내지르는 묵직한 펀치는 단순한 폭력이 아니라, 악을 응징하는 '정의의 주먹'으로 상징화됩니다.
마석도의 액션은 겉보기엔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 매우 세밀하게 계산되어 있습니다. 한 방에 제압하기 위한 동작, 신체 중심 이동의 리얼리즘, 공격과 방어의 간격을 좁히는 거리감 등은 실제 유단자 수준의 액션을 구현합니다. 특히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격투 장면은 관객에게 숨 막히는 긴장감과 동시에, 한 방으로 상황을 종결짓는 압도적인 통쾌함을 줍니다. 이를 통해 관객은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액션’이라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쾅’ 소리로 상징되는 마동석의 타격음은 사운드 디자인에서도 큰 역할을 합니다. 실제로 후시녹음 과정에서 타격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별도의 중음·저음 보강 작업이 이뤄졌고, 이로 인해 타격의 무게감이 극대화되었습니다. 액션이 진행되는 동안 관객의 표정은 웃음과 놀라움이 번갈아 나타나며, 이는 단순한 오락 이상의 감정적 해소로 이어집니다.
또한 범죄도시의 액션은 단순히 주먹질로 끝나지 않습니다. 마석도는 행동으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힘의 논리가 판치는 사회에서, 그 힘이 약자를 위해 사용될 때 발생하는 쾌감은 수많은 관객이 범죄도시에 몰입하게 만든 핵심 동력입니다. 이러한 물리적 정의 구현은 영화의 주제의식과도 맞물려, 한 편의 사회극으로 기능하게 만듭니다.
2. 실제를 닮은 현실감, 거짓 없는 세계관
범죄도시 1은 단순히 자극적인 범죄극이 아닙니다. 영화는 실존했던 2004년 서울 가리봉동 조폭 소탕 작전을 기반으로 하여 현실적 리얼리티를 극대화했습니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답게, 극 중 등장하는 장소, 인물군, 조직 구조는 관객에게 극 중 세계를 실제처럼 느끼게 만듭니다. 이는 영화가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으로 다가오게 합니다.
특히 영화가 선택한 ‘가리봉동’이라는 지역적 배경은 그 자체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곳은 이주민과 외국인 노동자 밀집 지역으로서, 범죄와 사회적 소외, 빈부 격차 등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입니다. 허름한 골목과 낡은 상가가 주는 시각적 정서는 관객에게 익숙하면서도 음산한 분위기를 전달하며, 이는 사건의 현실성과 시급성을 높여줍니다.
경찰 조직 내부의 묘사도 매우 현실적입니다. 마석도와 강력반 동료들이 겪는 관료제적 갈등, 예산 부족, 언론에 의한 왜곡 등은 ‘현실 경찰’의 모습에 가까우며, 관객은 마석도와 동료들에게 더욱 감정이입할 수 있게 됩니다. 정의를 구현하려는 의지와, 체계 속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형사들의 고군분투는 단순한 영웅 서사를 넘어, 현실에 대한 은유이자 풍자로 기능합니다.
윤계상이 연기한 장첸 역시 리얼리즘의 연장선에 있는 캐릭터입니다. 그는 카리스마 있는 조폭의 이미지에서 탈피해, 섬뜩하면서도 차가운 논리를 가진 현대형 악인으로 그려집니다. 잔인함을 과시하기보다는, 일상의 대화 속에서 드러나는 차가운 폭력성은 관객에게 현실에서 마주할 수 있는 공포로 다가옵니다. 그의 언행, 외모, 표정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현실성을 보여주며, 영화 속 긴장을 배가시키는 결정적인 장치가 됩니다.
이처럼 범죄도시 1은 극적인 요소보다는 현실감 있는 설정과 연출을 통해, 관객에게 진정한 몰입감을 제공합니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동안 관객은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라,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체험자로서의 감각을 느끼게 되며, 이는 영화가 지속적인 회자와 재관람을 유도하는 힘이 됩니다.
3. 직선적이지만 강력한 전개, 지루할 틈 없는 이야기
범죄도시 1의 전개 방식은 굉장히 직선적입니다. 그러나 그 직선성 속에는 지루함 대신 강한 몰입감을 유도하는 장치들이 촘촘히 박혀 있습니다. 영화는 도입부부터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조폭 조직 간의 갈등과 살인이 발생하고, 강력반이 등장하면서 바로 주제와 주요 갈등이 드러납니다. 관객은 초반 10분 내에 이 영화가 무엇을 보여주려는지를 명확히 이해하게 됩니다.
이후 영화는 불필요한 전개나 사족 없이 핵심 사건 중심으로 빠르게 진행됩니다. 마석도와 장첸의 대립 구조는 이야기를 끌고 가는 두 축으로, 이들 사이의 충돌은 점점 더 극적인 방향으로 치닫습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유머 코드나 일상적인 형사들의 대화는 긴장감을 적절히 완화하며, 관객이 지치지 않도록 도와주는 완급 조절 역할을 합니다.
영화의 전개 속도는 단순한 빠름이 아니라 ‘정보 전달의 효율성’에 중점을 둡니다. 각 장면은 다음 장면을 유도하는 역할을 하며, 인과관계가 뚜렷하기 때문에 관객은 스토리를 따라가면서도 큰 스트레스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복잡한 복선이나 반전 없이, 오히려 ‘예상 가능한데도 재미있는’ 전개가 이어진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장르적 안정감을 갖추고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영화는 ‘결말이 깔끔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악인이 명백한 처벌을 받고, 정의가 실현되는 구조는 관객에게 정서적 해방감을 줍니다. 장첸이 잡히는 마지막 장면은 단순한 승리가 아닌, 정의 구현의 메시지로 작용하며 강한 여운을 남깁니다. 따라서 이 영화는 단발적인 재미를 넘어, 본 뒤에도 마음속에 어떤 ‘정의감’ 같은 감정을 남기는 드문 작품 중 하나입니다.
‘범죄도시 1’은 단순한 범죄 액션 영화가 아닙니다. 강력한 주먹 액션, 실화를 기반으로 한 설득력 있는 세계관, 그리고 직선적이면서도 밀도 있는 전개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작품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관객에게 통쾌함과 현실성을 동시에 제공하며, 한국 액션 장르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냈습니다. 여전히 회자되는 이 작품은 스트레스 해소와 몰입형 관람을 원하는 이들에게 꼭 추천할 만한 명작입니다. 지금 다시 봐도 전혀 유효한 이 통쾌한 영화를 여러분도 다시 한번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