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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학자 유성호의 유언 노트>_생과 사를 잇는 인문학(의학과 철학, 유언, 실천)

by good-add 2025. 5. 7.

《유언노트》는 법의학자 유성호 교수가 수많은 죽음을 마주한 끝에 써 내려간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은 책입니다. 단순히 죽음을 다룬 책이 아니라, 죽음을 통해 삶을 역으로 비추는 인문학적 성찰이자, 의학과 철학이 교차하는 자리에서 건네는 생생한 기록입니다. 이 책은 죽음이란 단어에 막연한 공포를 느끼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그 안에 담긴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안내서 역할을 합니다. 이 글에서는 유성호 교수의 메시지를 바탕으로 ‘죽음을 준비하는 삶’, ‘유언이 가진 정서적 힘’, 그리고 ‘실천으로 이어지는 인문학’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법의학자 유성호의 유언 노트

의학이 말하는 죽음, 철학이 이해하는 삶 (의학과 철학)

유성호 교수는 대한민국 법의학 분야의 권위자로, 수많은 부검과 임상 현장을 경험한 이력의 소유자입니다. 그가 마주한 죽음은 숫자가 아니라 얼굴이었고, 차가운 보고서가 아닌 뜨거운 질문이었습니다. 그는 책에서 법의학자의 입장에서 생과 사의 경계선을 설명하면서도, 단순히 죽음을 ‘의료적 사건’으로 환원시키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는 철학자의 눈으로 죽음을 바라보며, 그 안에 담긴 삶의 흔적과 태도를 관찰합니다.

그는 “죽음은 그 사람의 삶이 고스란히 반영된 마지막 얼굴이다”라고 말합니다. 이는 우리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느냐가 결국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드러낸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죽음을 통해 오히려 역으로 삶을 묻고, 성찰하게 만드는 이 접근은 의학이라는 과학적 토대를 가진 사람의 말이기 때문에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유 교수는 죽음을 ‘준비해야 할 삶의 일부’로 정리하면서,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는 현대 문화를 따뜻한 시선으로 비판합니다.

의학이 기술이라면 철학은 태도입니다. 그는 이 두 가지를 결합해 “죽음은 삶의 완성”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더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내고 어떤 방식으로 마무리하느냐가 더 본질적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우리가 삶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남깁니다.

유언, 살아 있는 자를 위한 말 (유언)

‘유언’이라는 단어는 대부분 사람들에게 무겁고 불편한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유성호 교수는 이 유언을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합니다. 그는 “유언은 죽은 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들을 위한 가장 인간적인 선물”이라고 정의합니다. 즉, 유언은 법적 문서나 재산 분배의 수단이 아니라, 감정의 정리이고, 관계의 복원이며, 인생의 마지막 메시지입니다.

《유언노트》는 독자에게 유언을 미리 써볼 것을 권합니다. “당신이 지금 죽는다면, 가장 아쉬운 말은 무엇입니까?”, “감사했지만 표현하지 못했던 사람은 누구입니까?”, “가장 후회되는 순간은 언제입니까?” 등 실제 질문지를 제공하여 독자가 스스로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합니다. 이는 단순한 회고를 넘어, 지금부터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정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됩니다.

책 속에는 실제로 유언을 준비하지 못한 채 떠난 이들의 사례도 담겨 있습니다. 부모의 죽음 후 가족 간 갈등이 증폭된 일, 마지막 인사 한마디 남기지 못해 죄책감에 시달리는 자녀들의 이야기 등은 유언이 얼마나 중요한 정서적 기능을 하는지를 생생히 보여줍니다. 유 교수는 유언이 사랑과 미안함, 고마움, 사과, 희망을 담을 수 있는 유일한 글이라고 말합니다.

유언은 죽음을 준비하는 글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삶을 정리하고 구조화하는 글쓰기이기도 합니다. 누구에게 어떤 말을 남기고 싶은가, 내가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이 질문들을 통해 우리는 인생의 우선순위를 다시 정리하고, 더 충실한 삶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죽음을 연습한다는 것 (실천)

《유언노트》의 진정한 가치는 죽음을 ‘읽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실천’하는 데 있습니다. 유성호 교수는 단언합니다. “죽음을 준비할수록 삶은 단단해진다.” 그 준비란 거창한 계획이 아닙니다. 오늘을 의미 있게 사는 것, 가까운 사람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것,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쓰는 것, 후회하지 않기 위해 작은 실천을 시작하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이 책은 실제 유언장을 작성해 보는 실천 페이지를 제공합니다. "가장 소중했던 기억은?", "남겨질 이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은?", "내가 이루지 못해 미안한 일은?" 등 이 질문들은 단순히 죽음을 상상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삶의 태도를 묻는 질문이 됩니다. 이는 ‘죽음 교육’을 강의실이 아닌 일상의 자리로 끌어온 시도이자, 누구나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안내서 역할을 합니다.

또한 그는 의료 현장에서 환자와 유족들을 지켜보며 배운 점들을 바탕으로, 남겨진 사람들의 상처가 더 크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정리되지 못한 관계, 말하지 못한 진심, 준비하지 못한 이별이 남긴 고통은 때로 죽은 이보다 살아 있는 이의 삶을 무너뜨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유 교수는 말합니다. “지금 말할 수 있을 때, 말하라. 그리고 그 말은 유언이 된다.”

결론: 유언은 삶을 완성하는 글쓰기다

《유언노트》는 죽음을 통해 삶을 재조명합니다. 법의학이라는 가장 차가운 현장에서, 유성호 교수는 가장 따뜻한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지금, 잘 살고 있는가? 남기고 싶은 말은 있는가? 죽음을 마주하는 것은 두려움을 넘어,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을 가장 충실하게 살아갈 이유가 됩니다.

우리는 모두 죽음이라는 종착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여정을 어떻게 걸을 것인가는 각자의 선택입니다. 《유언노트》는 그 여정을 더욱 성찰적이고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나침반이자, ‘삶의 온도’를 다시 세팅하게 해주는 철학적 도구입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준비할 수 있다면, 삶은 훨씬 자유롭고 단단해질 것입니다. 오늘, 당신의 삶을 다시 한번 정리해 보세요. 그리고 그 마지막 문장을 유언처럼 써보세요. 그것은 끝이 아니라, 지금을 더 잘 살기 위한 시작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