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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영화 <소울>이 말하는 삶의 목적_철학, 의미, 일상

by good-add 2025. 6. 18.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션 ‘소울(Soul)’은 단순한 가족용 영화 이상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철학적 작품입니다. 2020년 말에 공개된 이 영화는 ‘인생의 목적은 무엇인가?’, ‘우리는 왜 살아가는가?’라는 인간의 본질적인 질문을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풀어냅니다. 삶의 목적을 특정한 재능이나 직업적 성공에서 찾으려는 현대인의 시각을 전복하고,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것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소울’은 전 연령층에 감동과 통찰을 안겨주었습니다. 본 리뷰에서는 이 작품을 통해 전달되는 철학, 의미, 일상성이라는 세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삶의 목적에 대해 깊이 있게 들여다보겠습니다.

 

소울

철학: 삶의 본질에 대한 질문

‘소울’은 시작부터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왜 태어났을까?”, “인생의 목적은 무엇일까?”,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까?”와 같은 물음은 단순한 애니메이션의 수준을 뛰어넘어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게 만듭니다. 주인공 조 가드너는 뉴욕의 중학교 음악 교사로, 평생 꿈꿔온 재즈 피아니스트로의 데뷔 무대를 앞두고 예상치 못한 사고를 당하면서 죽음 이후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됩니다.

그가 처음 도달한 곳은 ‘The Great Beyond(사후 세계)’지만, 필사적으로 이를 거부한 끝에 ‘The Great Before(태어나기 전의 세계)’에 도착합니다. 이곳은 아직 지구로 태어나지 않은 영혼들이 자신만의 ‘불꽃(Spark)’을 찾아 삶의 여정을 시작할 준비를 하는 공간입니다. 조는 이곳에서 문제적 영혼 ‘22번’을 만나며, 각자의 시선에서 ‘삶의 의미’를 다시 보기 시작합니다.

처음 조는 불꽃을 ‘재능’이나 ‘소명’이라고 오해합니다. 자신은 재즈라는 열정을 통해 삶의 목적을 실현하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2번은 반대로 ‘나는 특별한 재능이 없어, 그래서 삶을 시작할 자격이 없어’라고 생각합니다. 두 캐릭터의 대조는 현실 속 우리들의 자화상과도 같습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만의 특별함'을 찾으려 하면서도, 한편으론 그걸 찾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빠지곤 합니다.

영화는 결국 불꽃을 ‘삶 자체에 대한 열망’으로 재정의합니다. 사르트르, 하이데거, 카뮈와 같은 실존주의 철학자들의 핵심 개념과 맞닿는 이 해석은, 인생의 의미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 안에서 스스로 발견해야 한다는 중요한 통찰을 전달합니다. 누군가는 연주를 통해, 누군가는 걷는 길가의 바람을 통해, 또 누군가는 친구와의 웃음 속에서 자신의 삶을 느끼고 의미를 부여합니다.

‘소울’은 철학적 사유를 강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질문을 던짐으로써 관객이 스스로 자기 삶을 돌아보도록 유도합니다. 영화 속 조의 깨달음은 곧 관객 자신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 됩니다. “과연 나는 왜 이 길을 걷고 있는가?”, “나는 지금 삶을 진정 즐기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이 영화를 통해 다시금 새겨집니다.

의미: 재능과 직업을 넘어서는 삶의 가치

조 가드너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음악’이라고 확신합니다. 그에게 음악은 단순한 취미가 아닌, 삶을 관통하는 열정이며 목표입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토록 바라던 무대를 밟은 후의 허무함은 조를 당황스럽게 만듭니다. 오랫동안 좇아온 ‘삶의 의미’가 막상 실현되고 나니,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이 경험은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순간을 상기시킵니다. ‘대학에 합격하면’, ‘좋은 직장을 얻으면’, ‘원하던 꿈을 이루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지만, 막상 그것을 이룬 후에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존재합니다. 이는 우리가 삶의 목적을 잘못 정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재능은 삶을 풍요롭게 하는 도구일 수는 있지만, 그것이 삶 자체의 목적이 될 수는 없습니다.

22번은 이를 더 명확히 보여줍니다.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위대한 인물들로부터 배웠지만, 여전히 삶의 목적을 찾지 못한 22번은 “나는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지구에서 짧게 체험한 평범한 순간들—가을 하늘을 나는 나뭇잎, 거리의 재즈 음악, 피자 한 조각의 맛—이 그녀를 감동시키고 변화시킵니다. 이 장면들은 삶의 의미는 어떤 목표를 이루는 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살아가는 그 자체에 있다는 것을 상기시킵니다.

영화는 ‘의미’를 자아실현이나 성취로만 연결시키는 현대 사회의 편협한 시각을 비판합니다. 조는 결국 자신의 재능이 인생의 전부가 아님을 깨닫습니다. 학생의 성장을 바라보며 느끼는 보람, 거리의 음악 속에서 발견하는 기쁨, 어머니와의 대화를 통해 얻는 감정의 깊이—all of these are life. 이는 인간 존재의 의미는 단일화될 수 없으며, 오히려 복합적이고 다양한 경험 속에 분산되어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삶의 의미란, 꼭 거창하고 위대한 목표에서만 찾는 것이 아닙니다. 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소소한 감정과 감각, 타인과의 교감 속에서 발견되는 깊이 있는 순간들이 진짜 의미일 수 있다는 것을 영화는 전합니다.

일상: 평범함이 가지는 위대한 의미

‘소울’이 전하고자 하는 가장 근본적인 메시지는 ‘일상의 위대함’입니다. 영화 후반, 조는 자신의 삶을 처음부터 끝까지 되돌아보며, 그동안 너무도 무심히 흘려보냈던 작은 순간들이 얼마나 깊고 풍요로웠는지를 깨닫습니다. 어머니의 따뜻한 격려, 제자의 눈빛, 거리의 재즈 선율, 햇살 아래 떨어지는 나뭇잎들… 이 모든 장면들은 특별할 것 없어 보이지만, 조에게는 삶 그 자체로 다가옵니다.

우리는 너무 자주 미래의 성과나 성취에만 몰두한 나머지, 오늘이라는 하루의 가치를 잊고 살아갑니다. ‘소울’은 이 점을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애정 어린 시선으로 관객을 일상의 감각으로 다시 초대합니다. “삶이란 지금 여기에 있다”는 선언은 단지 교훈적 문장이 아니라, 우리가 실제로 체험할 수 있는 삶의 태도이자 존재 방식입니다.

이런 메시지는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도 자주 다뤄지는 주제입니다.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들처럼,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는 인물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마주하는 장면은 우리가 그동안 지나쳐온 오늘의 가치를 일깨워 줍니다. 조는 결국 깨닫습니다. 삶은 반드시 특별할 필요는 없으며, 그저 살아 숨 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는 사실을.

일상성에 대한 재조명은 오늘날 ‘웰빙’, ‘마인드풀니스’와 같은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명상을 하거나, 하루 한 줄 감사일기를 쓰는 습관이 유행하는 것도 결국은 삶의 중심을 외부가 아닌 내면으로, 순간으로 되돌리려는 시도입니다. ‘소울’은 단순한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이런 삶의 철학을 시각적이고 감성적으로 풀어낸 예술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조가 말하죠. “난 오늘을 어떻게 살지 생각해 볼래.” 이 한마디는 영화 전체의 메시지를 응축한 문장입니다. 어제도, 내일도 아닌 바로 지금. 이 순간이 곧 인생입니다.

 

‘소울’은 우리가 끊임없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시대에, ‘그냥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진리를 전합니다. 삶의 목적이란 거창한 목표 달성에 있지 않고, 매 순간을 성실히 살아가는 데 있다는 이 영화의 메시지는 현대인의 번아웃과 조급함을 따뜻하게 감싸줍니다. ‘소울’을 본 우리는 이제 다시 질문하게 됩니다. “나는 지금을 살고 있는가?” 그 질문에 진심으로 대답하기 위해, 오늘 하루를 더 깊이 들여다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