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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이해하는 시선 <김진애의 도시 이야기>를 읽고

by good-add 2025. 4. 4.

『김진애의 도시이야기』는 도시를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닌, 사람의 삶이 녹아든 인문학적 환경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이 책은 도시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어떻게 인간의 삶에 영향을 주는지를 철학적으로 고찰하며,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새롭게 인식하게 만든다. 김진애는 건축가이자 도시전문가로서, 도시의 탄생 배경과 구조, 공간의 의미, 그리고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 간의 관계를 매우 섬세하게 풀어낸다. 단지 건축과 디자인으로서의 도시가 아니라, 삶을 담고 변화시키는 '거대한 무대'로서의 도시를 그려낸다. 이 글에서는 도시를 바라보는 철학적 시선, 구조 읽기, 사람과 관계라는 세 가지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김진애의 도시이야기』의 깊이를 조명하고자 한다.

 

김진애의 도시 이야기

도시는 철학이다: 도시를 사유하는 힘

도시는 철학이다. 김진애는 이 책에서 도시를 단순한 인프라나 행정구역으로 보지 않는다. 도시를 하나의 '존재 방식'으로 해석하며,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문화, 가치관, 권력, 기억의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든 공간이라 말한다. 저자는 “도시를 본다는 것은 인간을 본다는 것이다”라고 단언하며, 도시의 본질은 ‘사람’에 있다고 강조한다.

도시를 철학적으로 본다는 것은 그 안에 숨겨진 질문을 읽어내는 것이다. 이 공간은 왜 이렇게 구성되었는가? 이 광장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 거리는 누구를 배제하고 있는가? 책은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독자 스스로 자신의 도시를 의심하고 성찰하게 만든다. 도시의 계획과 정책, 재개발과 철거, 신도시 건설에 이르기까지 모든 도시적 행위는 철학적 결정이며, 그 속에는 ‘사람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에 대한 판단이 담겨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서울이라는 도시를 보는 시선이다. 김진애는 서울이 갖고 있는 ‘과잉의 에너지’와 ‘속도의 철학’을 비판하면서도, 그 안에서 생겨나는 골목과 사람들의 삶에 애정을 담는다. 도시란 완성된 것이 아니라 ‘진행형’이며, 끊임없이 질문하고 고쳐나가야 할 대상이라는 관점은 도시를 단지 생활공간이 아닌, 우리의 존재방식이 녹아 있는 ‘사유의 공간’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도시의 구조는 곧 사람의 구조다

『김진애의 도시이야기』는 도시의 구조를 단지 공간의 배열이나 길의 배치로 보지 않는다. 그 구조 안에는 사람들의 움직임, 관계, 심리, 심지어 경제적 역학까지 스며들어 있다. 따라서 도시를 이해하려면 그 구조를 읽는 법부터 익혀야 한다. 저자는 이를 ‘구조 읽기’라고 표현하며, 단면도나 평면도가 아닌, 사람이 실제로 살아가는 ‘3차원적 도시’를 느끼는 감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뉴욕의 그리드 시스템과 파리의 방사형 도로 구조를 비교하면서, 각 도시가 지닌 철학적 구조가 시민의 삶과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를 설명한다. 뉴욕은 효율성과 통제의 도시이며, 파리는 역사성과 상징의 도시라는 것이다. 반면 서울은 ‘계획과 무계획이 뒤섞인 복합적 도시’로, 거대한 아파트 단지와 오래된 골목, 재개발과 보존이 공존하는 모순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구조 속에서 사람들은 때로는 환대받고, 때로는 소외된다.

도시의 구조는 ‘무엇을 중심으로 설계되었는가’에 따라 사람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꾼다. 자동차 중심의 도시에서는 보행자의 권리가 사라지고, 인간적인 속도는 잊힌다. 반대로 보행자 중심의 도시는 속도가 느리더라도 관계가 형성되고, 삶이 정착된다. 김진애는 도시의 구조가 곧 인간관계의 틀이며, 그 틀 안에서 우리는 타인과 어떻게 만나고 스쳐가는지를 결정짓는다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길 하나, 계단 하나, 공원 하나’가 도시 전체를 말해주는 구조적 단서가 될 수 있음을 배운다. 도시 읽기는 결국 삶의 구조를 읽는 일이자, 우리가 어디서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과정이다.

도시에서 우리는 어떻게 관계 맺는가

도시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얽혀 있는 집합체다. 『김진애의 도시이야기』는 도시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고 해체되는지를 중요한 주제로 다룬다. 도시란 본질적으로 관계의 공간이며, 이 관계성이 곧 도시의 건강함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사람들은 도시에서 자유롭게 관계를 맺기도 하고, 완벽히 고립되기도 한다. 이 양면성은 도시의 매력이자 한계다.

저자는 특히 1인 가구, 고령화, 커뮤니티 해체 현상 같은 현대 도시사회의 문제를 짚으며, 공간이 어떻게 관계 회복의 촉매제가 될 수 있는지를 제안한다. 예컨대 아파트 단지의 커뮤니티룸, 동네 공유 부엌, 열린 골목길 등은 도시의 소통을 가능케 하는 구조적 장치다. 하지만 지나친 개발과 효율 중심의 설계는 이런 공간을 사라지게 만들고, 결국 사람 간의 연결고리를 약화시킨다.

책에서는 일본 도쿄의 마치즈쿠리 운동이나 유럽의 공동주거 사례를 통해, 관계 중심의 도시 만들기 사례도 소개된다. 이러한 도시들은 단순한 기능성을 넘어서, ‘관계가 있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 도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

김진애는 말한다. “도시는 사람의 수만큼 다양한 삶의 방식이 공존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관계가 배제된 도시는 아무리 세련되고 화려해도 사람을 배척하는 구조일 수 있다. 결국 도시란 누가 주인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며, 사람 중심의 관계가 살아 숨 쉬는 공간이 진정한 도시임을 책 전반에 걸쳐 강조한다.

 

도시는 우리 삶의 또 다른 얼굴

『김진애의 도시이야기』는 도시를 다시 보게 만드는 책이다. 우리가 매일 걷는 거리, 스쳐 지나는 건물, 자주 가는 골목과 공원—all of these—는 단지 배경이 아니라 우리의 삶, 철학, 관계, 기억이 축적된 '의미의 공간'임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철학적으로 도시를 바라보고, 구조를 읽고, 사람과의 관계를 설계할 줄 아는 시선이 필요한 지금, 이 책은 도시를 단순한 기능의 집합체가 아닌, 우리 삶의 또 다른 얼굴로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지금 당신이 살고 있는 도시, 과연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