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잔혹사』는 과학이 항상 진보와 인류애의 이름 아래 작동했던 것은 아님을 폭로하는 책입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위대한 과학자들, 유명한 이론들, 찬란한 실험들 뒤에는 때때로 비윤리적인 행동, 권력과 결탁한 조작, 그리고 인간에 대한 심각한 유린이 있었습니다. 이 책은 과학의 이름으로 행해진 잔혹한 실험들, 왜곡된 데이터, 권력과 결탁된 연구의 역사를 조명하며, 과학이 중립적인 진실의 탐구가 아님을 드러냅니다. ‘진리’조차 권력에 의해 조작될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책은 그 질문을 조용히, 그러나 강력하게 독자에게 던집니다.
1. 과학은 진리를 말하는가? 권력과 결탁한 과학의 역사
우리는 과학을 흔히 ‘진리의 언어’, ‘객관적 사실의 축적’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과학 잔혹사』는 과학이 언제나 진실만을 추구한 것이 아님을, 때로는 권력과 결탁해 조작과 왜곡의 도구가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나치 독일의 유전학 실험과 우생학 프로젝트를 들 수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아리아인의 우수성을 입증하기 위한 실험을 수행했고, 이를 바탕으로 수천 명이 강제 수용소로 끌려가 비인간적인 실험에 희생되었습니다. 이 실험들은 ‘과학의 이름’으로 진행되었고, 당시에는 실제로 학술지에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미국에서도 20세기 초,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매독 치료의 효과를 관찰하기 위해 고의로 치료를 중단한 ‘터스키기 매독 실험’이 수십 년간 이어졌습니다. 이 실험은 “국가의 허가를 받은 과학적 연구”라는 이름 아래 이루어졌지만, 실제로는 인종차별과 의료윤리의 붕괴를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과학 잔혹사』는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과학이 권력과 만날 때 어떻게 변질될 수 있는지를 폭로합니다. 과학자들이 중립적인 진실 탐구자라기보다, 때때로 체제의 수호자, 권력의 정당화 도구가 되기도 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뼈아픈 교훈을 줍니다.
2. 조작된 데이터와 왜곡된 통계: 과학의 허울을 벗기다
과학은 데이터와 통계에 기반을 둡니다. 그러나 『과학 잔혹사』는 “숫자는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숫자를 해석하는 사람은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 책은 수많은 ‘공식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들이 어떻게 조작되었는지를 낱낱이 파헤칩니다. 예를 들어, 담배 회사들이 20세기 중반 흡연의 유해성을 감추기 위해 사용한 과학적 논문과 연구 결과들은 오늘날에도 과학 윤리 논쟁의 중심에 있습니다. 담배 회사들은 ‘흡연과 폐암 사이의 인과관계가 없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연구 결과를 생산해 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연구 설계는 왜곡되었고, 부정적인 데이터를 제외한 채 일부 정보만을 공개했습니다. 또한 제약업계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반복됩니다. 신약의 효과를 과장하거나 부작용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조작된 논문들이 발표되고, 이를 기반으로 수많은 의사와 환자가 판단을 내리게 됩니다. 『과학 잔혹사』는 이처럼 과학적 데이터가 경제적 이해관계, 권력관계에 의해 오염될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과학의 신뢰는 투명성과 객관성에서 비롯되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과학적 권위’라는 이름이 진실 은폐의 도구로 쓰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과학을 무비판적으로 신뢰하는 현대 사회의 위험성을 날카롭게 짚어냅니다.
3. 진보인가 퇴보인가? 과학의 윤리적 역설
우리는 과학이 인류를 발전시키는 도구라고 믿어왔습니다. 그러나 『과학 잔혹사』는 ‘과학의 진보’가 곧 ‘인류의 진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과학이 발전하면서 동시에 인류의 존엄성과 윤리는 뒷전으로 밀려난 사례는 무수히 많습니다.
이 책에서는 생체 실험, 원자폭탄 개발, 클론 연구, 인공지능 감시 시스템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과학이 인간 삶에 끼친 윤리적 충격을 다룹니다. 특히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험들은 과학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곤 했지만, 실상은 윤리적 파탄 그 자체였습니다.
또한, 기술 발전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은 종종 윤리적 논의를 차단합니다. “AI가 사회를 더 공정하게 만들 것”이라는 믿음 아래, 알고리즘의 차별적 작동 방식은 무시되고 있습니다. 『과학 잔혹사』는 이런 낙관주의가 가진 위험성에 경종을 울립니다.
과학은 중립적이지 않습니다. 어떤 목적을 위해, 누가, 어떤 조건에서 사용하는가에 따라 과학은 진보일 수도, 폭력일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은 과학의 ‘진보’를 찬양하기에 앞서, ‘윤리’라는 거울을 통해 과학을 들여다보라고 말합니다.
결론: 과학을 묻는다 – 우리는 진실을 알고 있는가?
『과학 잔혹사』는 과학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려는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 나은 과학을 위한 자각을 촉구하는 책입니다. 과학은 분명 인류를 진보시켰지만, 동시에 수많은 오류, 조작, 폭력의 역사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무비판적인 과학 숭배는 또 다른 맹신이 됩니다. 이 책은 과학을 ‘성역’이 아니라 ‘반성의 대상’으로 끌어내립니다. 과학적 발견을 넘어, 그 발견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어떤 윤리를 기반으로 했는지를 묻습니다.
지금 우리가 신뢰하는 데이터, 보고 있는 뉴스, 쓰고 있는 기술은 진실인가, 혹은 조작된 진실인가? 『과학 잔혹사』는 그 질문의 문을 여는 열쇠입니다. 과학은 진리를 말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진리는 끊임없이 감시되고, 성찰되어야 합니다.